66호: 계획은 세워서 무얼하나
어느날 친한 동생이랑 전화를 하다가, 자기 친한 친구가 영국에서 오래 살다가, 얼마전에 집도 팔고 직장도 그만두고 전부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들어오기 전 몇년동안이나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것이 무색하게 귀국한 첫날부터 매우매우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가서 밥은 벌어먹고 살수있나? 오만걱정 다했는데 오자마자 불러주는데가 많아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엄청 즐겁게 살고있다고.
인생은 그렇다. 아무리 우리가 예측하고, 고민하고, 계획한다고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럴꺼면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서 무엇하니? 10년후, 20년후의 내모습을 계획해 봤자 어짜피 계획대로는 되지 않을껀데?
나도 맨날 고민한다. 이거할까?저거할까? 요거 해보면 어떨까나?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하지만 내 상상속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불확실하고,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것이다.
나는 항상 대책없이 걍 살아온 인간이었는데,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매년 연초에 올해는 뭘해볼까- 같은 뜬구름 잡는 계획 비스므리 한걸 세우긴 했었다.
물론 그 계획들중에 “계획대로 된" 것은 전혀 없었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왠지 마음의 위안이 되니깐 “새해 결심" 뭐 이런 명목하게 몇줄 끄적거리곤 했었다.
하지만 몇년전부터는 아예 따로 계획을 세우질 않는다.
계획을 세워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내 선택을 더 방해한다는 교훈도 얻었으니깐.
셰릴 샌드버그도 말하지 않았던가.
The reason I don’t have a plan is because if I have a plan I’m limited to today’s options.
(내가 계획을 하지 않는 것은 그 "계획"이 오늘의 선택지에만 나 자신을 가둬놓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더 대책없는 낭만주의자가 되는 거 같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은거 같다.
인생은 살만하고,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게 마련이며,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거라고.
그래서 그냥 닥치는대로, 오늘 마음가는대로, 오늘 하고싶은걸 하면서, 오늘 만나고픈 사람들을 만나면서 산다.
무계획 인생으로 사는거다.
그래도 어떻게든 된다. 반드시. 그걸 믿고 살아보는거다.
오늘도 사랑을 담아,
E양 드림